2009년 10월 27일
애정에 대한 메모 4
애정에 대한게 아닐 수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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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님."
"대장님."
모두가 날 보고 있다.
"대장님."
"대장님!"
모두가 날 부르고 있다.
"대장님!!"
그런데 왜 내가 이들의 대장이지?
"정숙하라!"
날카로운 고성.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진 총성 한방. 나를 애타게 부르던 사내들 중 한 명의 머리통이 산산이 꺠어진다. 입 만이 남아 버르적거리던 몸뚱이는 곧 뒤로 넘어지며 깊은 구덩이로 빨려들어간다.
"부대 차렷!"
다시 한 번 날카롭게 울려퍼지는 고성. 그제서야 내 시야에 주변의 풍경이 들어온다.
황량한 황무지. 그 위에 일렬 횡대로 굴비두릅 엮듯이 줄줄이 묶여있는 해골 가면의 죄수들. 죄수들은 남녀를 가리지않고 상반신이 발가벗겨져있다. 죄수들의 몸 위로 습하고 끈끈한 땀이 가득하다. 죄수의 대열 뒤로 길게 패여있는 구덩이에는 아까 굴러떨어져 들어간 시체가 사지가 꺾인 채로 널부러져있다. 그 시체가 구덩이의 할 일을 말해주고 있었다. 등뼈를 타고 식은 땀이 한 줄 기 흘러내린다. 여기는 사지다. 무덤이다.
"황녀님께 경례!"
"충!"
처형장-그래, 처형장이다.-을 둘러싼 여군들이 일제히 내 등 뒤를 향해 군례를 올린다. 의아하여 등 뒤를 돌아보려하니 내 양 옆으로 서있는 여병 둘이 내 양팔을 단단히 붙들고는 내 고개를 앞으로 찍어눌러 뒤를 돌아보지 못하게한다. 팔을 빼내려 몸부림치자 이내 더욱 달라붙어 가슴골 사이에 내 팔을 끼워넣고는 가녀린 팔로 죄어드니 빼낼 수가 없다. 시선만을 겨우 들어올려 여병사를 노려보니 여병사는 차가운 눈빛으로 마주한다. 여병의 눈동자에 해골가면을 쓴 내 얼굴이 비친다. 내 몸을 내려다보니 죄수들처럼 발가벗겨진 몸위에 상반신 근육이 꿈틀대고 있었다. 나 또한 이 처형장에서 뼈를 삭힐 자중 한 명이구나-그러나 내 몸과 두 손은 날 결박하고 있는 두명의 여병을 제외하면 자유로웠다.
"대장!!"
죄수들 중 하나가 울음섞인 목소리로 목놓아 나를 부른다. 나는 그들이 나와 피를 같이했던 전우들임을 기억해낸다. 나는 나를 부른 '내 부대원'을 바라본다. 그리고 아까 보았던 광경을 되살려 그들의 죽음을 유추해낸다. 입을 열어 무어라 말하고 싶은데 입이 열리지 않는다. 다시 총성. 또 하나의 머리가 날아가고, 구덩이에 몸뚱이 하나가 처박히고서야 내 입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온몸을 비틀면서 괴성을 지른다. 더 이상 '내 부대원들'을 죽이지 말라고 울부짖는다. 마침내는 팔을 옥죄는 두 여병을 떼밀고는 부대원들에게 달려가다. 저 줄을 끊어줄테다. 그리고는 이 사형터를 함께 벗어나고야 말-
"그만 둬."
멀리서 들려옴에도 불구하고 귓가에 속삭이듯, 숨결마저 느껴지는 부드러운 목소리. 몸을 움직일 수 없다. 아니 움직이고 싶지 않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아니야. 이곳을 나가야해-오직 그 목소리만이 들린다.
"나를 봐."
천천히 몸을 돌린다. 나를 제지하던 여병들도 뒤로 물러선다. 나는 고개를 들어 어두운 황무지의 먼지속에서 홀로 찬연히 빛나는 옥좌를 본다. 옥좌에 앉은 그녀를 본다.
"검을 들어."
천상처럼 부드럽고 나락처럼 거칠게 나를 움켜쥐는 목소리. 내 마음 속 깊은 곳의 손이 나를 움직이는 것처럼, 나는 홀린-그래, 넌 홀린거야-채로 언제부턴가 내 앞에 떨어져 있던 '내 검'을 천천히 움켜쥔다. 은빛으로 번쩍이는 검이 내 손에 쥐여진다. 그녀가 미소를 짓는다. 복숭아 빛 두 줄기 얇은 입술이 그려내는 우아하고 아름다운 곡선, 그리고 가느다란 입가에 서린 잔혹한 칼날.
그녀가 손을 들어올린다. 하늘거리는 순백의 비단 옷 사이로 빛나는 살결이 언뜻언뜻 비친다. 정신이 아찔하다 나풀거리는 소매에서 풍기는 향이 여기까지 미치는 듯 하다-정신차려.-그녀의 손을 바라본다. 가녀린 손목과 아름다운 빛으로 물들인 손톱을 본다.-정신차려. 아직 네 손에 검이 들려있을 떄!- 그녀가 내 부대원들을 가리킨다-그래, 네 전우이자 피로 맺어진 네 유일한 친구들이야. 검으로 줄을 끊고 도망쳐! 네 생의 전부를 잃기 전에-
"죽여."
나는 복종한다.
나는 내 부대원들에게 다가간다.-미쳤구나!-오른 손에 쥔 검을 들어올린다. 두 손으로 손잡이를 움켜쥐고는 내 부하의 심장에 검 끝을 박아넣는다. 뭉클거리는 느낌이 칼 끝에서 내 손으로 전해져온다. 깊이 박아넣는다. 숨이 끊어질 때까지.
"대..장?"
깊이, 더 깊이. 검에 매달린 몸뚱아리를 발로 차 검을 뽑아낸다. 생명을 잃은 사지가 춤추며 구덩이로 굴러떨어진다. 검 끝에 맺힌 핏방울이 점점이 떨어져 흙 속으로 스며든다. 나는 몸을 돌려 다른 죄수의 목을 친다. 한명 씩 한명 씩. 내 부하를, 내 동료를, 내 전우를, 내가 가진 전부를 그녀를 위한 피의 제전에 바친다.
나는 내 유일한 동료들을 내 손으로 죽인다. 그들의 비명소리가 귓가에 메아리친다. 내 마음이 피눈물을 흘리며 비명을 지른다. 내 부하들을 죽이고 싶지 않다고, 나의 전부를 가져가는 그녀가 밉다고, 그녀를 증오한다고, 세상 누구보다도 더. 내 마음이 조각조각나는 것처럼 고통스럽다. 그러나 내 망므 가장 어둡고 깊은 한 구석에서, 누군가 불어넣은 것처럼 기쁨이 샘솟기 싲가한다. 고삐 풀린 마아지처럼 기뻐서 어쩔줄을 모른다. 그녀에게 내 전부를 바친다는 것에, 그녀가 기뻐할 생각에 환호성을 지른다. 마음이 둘로 쪼개진다. 쪼개진 마음의 틈바구니에서 내 몸은 제멋대로 피의 춤을 춘다. 내 눈에는 눈물이 흐르고, 내 손에는 핏물이 흐른다. 나는, 내 마음은, 내 몸은-
"아, 아, 아아!"
얼굴 한가득 피가 튀고, 마지막 죄수의 몸뚱이가 구덩이로 굴러들어간다. 내 모든 것 또한 저 구덩이로 굴러들어간다. 안개처럼 나를 감싸던 기쁨과 쾌감이 일시에 사그라든다. 깊은 어둠속에서 나를 춤추게하던 불쾌한 환호성이 돌연 침묵한다. 눈물이 방울져 흘러내려 찢겨졌던 마음을 봉합한다. 슬픔이 가슴에서 입으로 역류한다. 입에서 탁한 가래울음이 새어나온다. 몸이 갈피를 잡지 못한다. 눈물이 흘러내리고 주먹이 떨린다.
몸을 돌려 그녀를 본다.-죽일테다-검을 들고 한 걸음씩 다가선다.-반드시 죽이고 말테다- 옥좌가 있는 단을 한 걸음씩 올라간다.-목을 베고 구덩이에 처박을게다-피묻은 얼굴을 들어 그녀의 가증스러운 모습을 본다. 마음 깊은 곳에서 그녀에 대한 복종을 종용하는 어둠 속 속삭임을 분노로 불살라버린다.
"놈을 제지하라!"
여장교의 새된 호령에 여병들이 득달같이 달려든다. 년들의 허리를 두동강내고 다리뼈를 조각낸다. 그년들 제복에 새겨진 검은 장미가 핏빛 장미가 될때까지 내려찍어 조각내고는 단상위로 집어던져버린다. 그럼에도 그녀는 대담하게도 눈썹 하나 깜빡거리지 않는다. 그런 그녀의 얼굴을 보자 더욱 화가 치민다.-네가 무어길래 이리도 큰 죄를 저지르게 하고는 담담하더냐-걸음은 계속되어 마침내 그녀 앞에 선다. 처형장을 둘러싼 여군 모두가 무기를 꺼내들고는 일시에 달려든다. 나는 아랑곳 않고 손에 쥔 검을 높이 쳐든다.-머리를 부숴주마!
"그만."
모든 것이 멈춘다.
마음 속에 안개가 왈칵 스며든다. 안개가 내 망므 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기억을 덮어버린다. 어둡고 축축한 습기를 머금은 안개가 분노와 증오의 불꽃을 덮친다. 분노가 사그라들고 깊은 어둠이 그자리를 대신한다. 그녀를 향한 맹렬한 증오와 분노 속에 그녀에 대한 무한한 복종심이 뒤섞이기 시작한다. 가까스로 입을 연다.
"무슨 짓을-"
검을 든 두 손은 허공에서 부들부들 떨리고 있다. 분노를 되살리려 애써본다. 흑단과도 같은 아름다운 머릿결에서 시선을 떼려 애써본다. 내 마음을 제멋대로 헤집고 있는 차갑고 반짝이는 눈동자를 피하려한다. 마음을 헝클어놓는 짙은 향내를 떨치려 애쓴다. 무엇하나 제대로 되지 않는다. 죽은 동료조차도, 그들의 비명조차도 한낱 조각이 되어서 안개 저편으로 날아가버린다.
"그만 둬-"
내 마지막 항변조차 내 입술사이로 새어나오는 작은 조각으로 화해버렸다. 그러나 그녀는, 무자비하고 칼날같은 그녀는 그 조각을 무심이 흘려보내지 않았다.
"그만두길 원해?"
그녀가 손을 뻗어온다. 안돼. 저 손길이 내 몸에 닿으면, 내 자신이 더이상 견딜 수가 없다.
"정말 그만두길 원해?"
그녀의 손 끝이 내 가슴 앞에서 티끌 만큼의 거리를 두고 멈춘다. 어두운 욕망으로 두근거리는 심장 앞에서 멈추어선다. 심장이 펄떡이며 기대와 초조감을 전신으로 퍼나른다. 어두운 심장의 혈류가, 내 온몸과 온마음으로 그녀를 원한다. 안돼, 안돼, 아니야. 아니-
나는 내 검을 내려놓고 그녀 앞에 무릎을 꿇는다. 그녀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가득 담긴다.
"분노를 잊어."
그녀는 섬세한 손길로 내 차가운 철가면을 벗겨낸다. 손길의 차가운 감촉이 얼굴에 와닿는다. 그녀는 감탄할만한 보석을 어루만지듯 내 얼굴을 어루만진다. 가슴이 찌르르하다. 피를 뒤집어쓴 악귀를 감싸안는 성녀, 아니면 혈향이 묻어나는 육체를 탐하는 악마으 ㅣ유녀인가. 어느 쪽이던 나의, 나의 어둠 속에서 기쁨과 환희를 노래하는 영혼에게는 상관이 없으리라.
그녀는 나의 적, 증오, 분노, 시기, 탐욕, 욕망, 죄악, 나의 마음 속 어둠의 우군, 가장 어두운 인연으로 맺어진 사랑, 나를 움켜쥐는 손아귀, 나의 주인, 나의 지배자, 나의 영원한 여왕-
그녀는 자신의 얼굴을 우러러보는 나의 눈동자를 깊숙이 응시하다 진한 미소를 머금는다. 햇빛보다 따스하고 달빛보다 시린 미소. 천사보다 자애롭고 악마보다 잔인한 미소. 비단보다 부드럽고 강철보다 단단한 미소- 찰나보다 짧게 스쳐지나가고 영겁보다 깊게 마음 속에 새겨지는 미소.
"솔직해져봐."
그녀가 손짓으로 주변의 여병들을 물리친다. 이제 단 위에는 그녀와 나뿐이다. 그녀는 싱긋 웃고서는 내 얼굴에서 손을 거둔다. 그리고는 희디 흰 옷 사이로 다리를 드러낸다.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빛나는 살결이 드러난다. 나는 그녀의 맨 발을 공손히 잡고 고개를 숙여 발 끝에 입을 맞춘다. 가장 아끼던 자들의 피를 입에 묻히고, 배신과 죄의 증거를 그녀의 발에 남긴다. 나는 환희를 느낀다.
"넌 날 죽이지 못해."
그녀가 말한다.
"몸도, 마음도, 너의 모든 것은 나의 것."
그녀가 장삼의 비단 허리끈을 풀고 옷을 헐겁게 한다. 몸을 동여매듯 감싸고 있던 순백의 장삼이 풀어헤쳐진다. 벌어진 틈새로 드러난 연분홍 빛 살결이 더욱 도드라져보인다. 아찔한 향기가 흘러나와 주변에 가득하다.
"너의 분노도, 증오도, 살의도, 우정도, 동료애도."
그녀가 사납게 나의 턱 끝을 잡아채고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긴다. 마치 그 품으로 나를 삼켜버릴 듯이, 삼켜서 녹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는 듯이.
"너의 사랑조차 온전히 나의 것.."
그녀의 다른 한 팔이 내 등을 어루만진다. 이제 내 몸은 거의 그녀의 품 속으로 들어와있다. 그녀의 지밀이 코 앞이다.
이제 나는 삼켜질 것이다. 그리고 언전히 그녀의 것이 될 것이다. 내 어둠이 바라마지 않던 흑과 암의 연분으로-
쾅.-뭐지?-무언가를 뒤엎는 소리. 나를 차갑게 당기던 손길이 사라진다. 나는 무슨 일인가 하고 고개를 들어본다.
"바..칼?"
"이 지옥같은 악몽에서 벗어날 시간일세. 젊은이."
그의 주먹이 날아오고, 모든게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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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을 쓰고나서 느낀점.
1. 난 일인칭 쓰면 개쳐망한다.
2. 드디어 내가 중2병 스타일을 습득한 것같다. 물론 좋은 일은 아니다.
3. 군대에 왔더니 욕구불만으로 미쳐가는 것같다.
4. 문제는 욕구불만으로 미쳐서 쓴 글을 봐도 묘사가 개떡이라는 것이다.
5. 아 몰라.
# by | 2009/10/27 14:47 | 자작소설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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